[스크랩] 어느 바보 목사님을 생각하며...
그는 참.. 바보처럼 살다 가셨습니다.
가장 좋은 옷을 입고
가장 멋진 자동차를 탈 수 있었는데도
그는 바보처럼 ..
좋은 옷 대신에
소매가 닳아빠진 옷을 입었고
멋진 차 대신에
버스를 타거나
남의 차를 빌려타곤 했습니다.
가장 안락한 아파트에 살 수 있었는데도
바보같이 그것을 마다하고
"월셋방에 사는 교인들이 얼마나 많은데.."하면서..
산꼭대기 13평짜리 국민주택에 들어갔습니다.
교단의 가장 높은 자리를
차지할 수 있었는데도,
바보처럼 그는 그것을 버렸습니다.
하나뿐인 아들에게 교회를 대물림해주라는 권유를 뿌리치고,
바보같이 사랑하는 외아들을
먼 땅 외국으로 쫓아버렸습니다.
강연, 집회, 심방, 주례등으로
짭짤한 부수입을 올릴 수 있었는데도
바보같은 그는
수많은 강연, 집회, 심방, 주례를 하면서도
어찌된 것인지
한푼도 모으지를 못했습니다.
설교집과 자서전을 팔아
큰 인기와 재산을 얻을 수 있었는데도
바보같은 그는
"성경하나면 되지 뭐.."하면서
도무지 그런 것을 하려들지 않았습니다.
안수기도와 방언과 신유와 부흥회의 열광적인 분위기로
엄청난 카리스마를 누릴 수 있었는데도,
그는 바보처럼
자신이 예수님의 산상수훈을
제대로 실천하지 못한다고
늘 스스로를 탓할 뿐이었습니다.
새카만 후배들이 통일운동에 압장선다면서
가로막힌 북녘땅을 제 집 드나들듯
마음대로 들락날락거리며
헤어졌던 가족과 친척들을
은밀히 만나고 다닐 때에도
그는 참 바보처럼
"저 많은 실향민들이
고향엘 가지 못하는데
어찌 나 혼자만 가겠는가.."하면서
그리운 고향 땅은
한번도 밟아보지 못했습니다.
정의감 넘치는 이들이
총칼을 두려워 하지않고
데모하고 감옥갈 때,
그는
총칼 든 사람들의 영혼을 위해
하나님께 기도를 드려주고는
정말 바보처럼
욕만 실컷 얻어먹었습니다.
사자후같은 명설교도,
가슴을 쥐어뜯게 하는
감동적인 웅변도 할 줄 몰랐던 그는,
그저 바보처럼
자신의 몸으로
자신의 손과 발로,
그렇게
자신의 삶으로
설교하고 선포했을 뿐입니다.
고난주간에
이름있다는 목사님들이
대규모 부활절 연합예배의
설교와 기도순서를 맡으려고
이리저리 바쁘게 뛰어다닐 때
바보같은 그는
고난주간을
채 넘기지도 못한 채
▫ -한경직 목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