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크랩] 무너져 내림 - 불세례의 시작(1)
무너져 내림
“풀썩!” 무너져 내렸다. 주저 앉은 것이 아니었다. 내려 놓은 것도 아니었다. 더 내려 놓은 것도 아니었다. 다 내려 놓은 것도 아니었다. 건물에 장치된 폭탄이 폭발하듯이 위로부터 아래까지 나의 생애 51층이 한순간에 폭삭 무너져 내린 것이었다.
아무도 보지 않고 있지만, 그렇게도 지키려고 발버둥쳤던 내 마지막 자존심까지 함께 한순간에 내려 앉은 것이다. 하루에 한끼 먹으며 결코 내 뜻을 위해 그동안 하던 대로 입을 벌리거나 생각으로도 기도하지 않기로 한 지난 44일 간도 그 알량한 내 자존심은 그렇게도 나를 괴롭혔었다.
두달 반 전인 2005년 5월 31일 새벽 3시에 깨우셔서 벽에 붙어 있던 시계로부터 레이저 광선과 같이 내 이마 중앙에 “네가 믿으면 하나님의 영광을 보리라!”라는 음성이 쏘아졌다. 박사학위를 끝내었을 때, 신학교에서 교수초빙을 받았지만, 영문도 모른 가운데 하나님께서 그 길을 막으신지 2년이 지났을 쯤에 처음으로 들려온 하나님의 너무나도 뚜렷한 음성이었다.
결국 하나님의 뜻을 알기 위해 슬리핑 백 하나로 밤낮으로 아무 것도 하지 않고 무작정 카펫 위에 앉아 있던 풀러 신학교 부근 윌리암 케리 선교 센타의 조그만 사무실에서도 내 자존심은 날카롭게 나를 상처내고 있었다.
문 아래 틈 사이로 사람들이 지나가는 발자욱 소리와 대화 소리가 들렸다. 갑자기 거지 나사로가 부자 집 대문 앞에 앉아 있는 것같은 생각이 났다. 하기야 머리도 깎으러 가지 않고 고등학교 2학년 때부터 너무나 많은 새치가 나 시작한 염색도 하지 않은 채인 나 자신의 몰골이 그러했다. “아 내가 이 미국 부자 나라에 와서 거지같이 왜 이 곳에 앉아 있지?”라는 처량한 생각이 났다.
그런데 순간적으로 번개가 스치듯이, “네가 믿으면 하나님의 영광을 보리라!” 하신 그 음성이 거지 나사로가 아니라 죽은 지 나흘된 나사로의 누이 마르다에게 주님이 하신 말씀이었던 것이다. 순간적으로 집채가 내 머리 위에 내려 앉은 것같은 무거움과 뜨거움이 나를 삽시간에 무너져 내리게 했다.
온 몸에 어느 세포도 반응하지 않는 듯 죽은 듯이 퍼질러 엎드려졌다. 얼굴이 뜨거워지며 엄청난 눈물이 펑펑 쏟아져 나왔다. 콧물도 말할 것 없고 몸에 난 모든 땀구멍에까지에서도 한꺼번에 다 빠져 나오는 것을 느꼈다. 진이 다 빠졌다고 할까? 스팀 사우나를 한 것보다 10배는 강도가 더 센 것같아 푹 삶아져 다 풀어진 느낌이었다.
그 다음날 힘이 다 빠진 상태에서 그동안 하염없이 앉아 있던 그 장소였다. 눈을 감고 있었는데, 갑자기 사무실 왼쪽 천장 모서리에서 핑하며 총알이 날아와 앉아 있던 내 오른쪽 무릎을 맞췄다. ‘띡’하는 소리가 났다. 그것이 그 다음 6개월 동안 밤낮으로 몸 전체 부위의 피부와 근육과 핏줄을 태우고 마지막으로 뼈속에 머문 하나님의 불세례의 시작이었다.
그런지도 11년이 지난 지금 이 글을 쓰고 있다. 그래서 이 불세례가 시작되기 33년 전인, 만 18살 때, 아버지 거제도 기도원에서 받은 불같은 성령세례와는 또 다른 “성령과 불로 세례를 줄 것이라”(마 3:11)는 말씀의 정결케 하는 불세례라는 것을 말할 수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