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은 원래 주님과 동행하는 존재로 지음을 받았으나, 마귀의 간계에 넘어가 죄가 세상에 들어오고 그들의 후손인 우리는 영원히 죽을 수밖에 없는 처지로 내몰렸습니다. 그러나 스스로 우리를 지으신 하나님은 이를 불쌍히 여겨, 최초로 지음을 받은 우리의 조상 아담과 하와로부터 후대로 내려오면서 끊임없이, 우리의 구세주이신 예수님의 탄생이 믿음의 종들을 통해 예언되어 왔습니다. 하나님의 본체이자 아들이신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께서 사역을 시작할 때, 최초로 외친 말씀이 회개하라 였습니다. 왜 회개하라였을까요? 저는 곰곰이 생각했습니다. 죄를 범해 회개하라는 것은 알겠는데, 왜 첮마디가 회개라는 단어였을까..
저는 과거로 회기해 나의 유년시절을 떠올려봤습니다. 우리 아버지는 매우 건강하셨는지 자식을 참 많이도 낳았습니다. 옛 분들이 늘 그러하듯 상당히 가부장적이시고 자식들에 대해서 매우 엄격했습니다. 아니 엄격이란 말은 제가 좋게 표현한 거고, 사실 무서웠습니다. 무서운 정도가 도를 지나쳐 아버지가 외출 후 집에 들어오실 때, 인기척만 나도 가슴이 두근거리는 불안증세가 어린 저를 비롯한 모든 형제들에게 일상적인 일이었습니다. 많이 성장한 형제들이 맞을 때 저는 무서워 어머니의 품에 안겨 울었던 기억이 많이 납니다. 다행히 저는 많은 형제 중 막내로 태어난 혜택으로 맞았던 기억이 거의 없었습니다.
딱 한번 저보다 나이 많은 조카와 다투었는데, 아버지께서 손주는 혼낼 수 없었던지 나를 앞에 세우고 종아리 겉으라 하셨습니다. 그 무서운 아버지의 불호령을 감히 감당못할 말씀이었고, 저는 벌벌 떨고 있을 때, 아버지가 친히 밖에서 가져온 굵직하고 잘 빠진 싸리나무 두개를 가져오시는 것입니다. 하나도 아니고 두개.. 회초리 두개를 보는 순간 나는 두려움을 넘어 요즘 말로 패닉 상태에 빠져 앞이 캄캄했고, 얼마나 공포스러웠는지 다리가 떨리는 것은 물론 맞기도 전에 눈물이 막 쏱아져 앙앙 소리쳐 울었습니다. 근데 아버지는 귀여운 막내아들을 때리는 것이 민망했는지 조카에게 가서 잘못했다고 먼저 말하면 매를 거두겠다는 조건을 걸었습니다.
그러나 나는 매에 대한 공포가 심했지만, 일방적으로 조카가 잘못해서 일어난 다툼을 가지고 내가 먼저 용서를 구하라는 말에 울컥해서, 아버지께 "나는 잘못한 거 없어요. 조카가 먼저 눈을 뭉쳐 내 등에다 던졌단 말이에요" 내가 아버지 앞에서 어찌 감히 이런 말을 할 용기가 났는지, 매에 대한 공포보다 나의 잘못이 없다는 억울함과 오기가 앞섰던 것입니다. 결과는요? 내가 말을 다 끝내기도 전에 공포스러운 회초리는 종아리로 향하는 게 아니고 얼굴만 빼고 위에서 아래로 매타작으로 내려오는데 거의 비명을 질렀고, 어머니는 옆에서 감히 말릴 생각도 못하고 눈물 흘리시면서 "잘못했다고 빌어 어서 빌어" 어머니의 눈물을 보는 순간, 나도 모르는 정체 없는 용기가 어디서 나왔는지 아버지 면전에 대고 "내가 잘못한 게 없는 걸 어떻게 먼저 빌라는 소리예요" 내가 조카보단 3살 어리지만, 그래도 나는 그의 삼촌이라는 자존심이 더더욱 나를 반항하게 만들었습니다.
순간 울면서 아버지의 눈을 보았습니다. 아버지의 눈가에 눈물이 고이고 있었습니다. 아버지의 말만 따르면 다 용서해 주겠다는데 왜 말을 안 듣는 거냐는 속상한 눈물이었고, 귀여운 막내아들에게 처음으로 매를 들었다는 것에 대한 안타까운 감정이었는지 때리고 싶지 않은 매질을 계속해서 가하고 있었던 것입니다. 보다 못한 어머니는 "이놈아 그냥 도망가버려 빨리 도망가란 말이야" 그러나 저는 오기가 생겨 계속 버텼습니다. 아버지의 눈에서 확인된 눈물은 점점 굵어졌고, 아버지로서의 권위를 유지하려고 때리고 싶지 않은 매를 계속해서 가했던 것입니다.
너무 견디기 힘들어, 저는 차라리 도망가는 게 낫겠다는 생각에 문을 박차고, 강원도의 그 추운 엄동설한 겨울에 뒷산 언저리로 도망쳤습니다. 잠시 후 어머니와 형제들은 나를 찾으려 이름을 부르며 동네방네 찾아다녔는데, 급하게 도망 나오느라 겨울옷도 못 입고 나온지라 얼마나 추웠는지, 도저히 견딜 수가 없어 얼어죽는 것보다 차라리 아버지에게 혼나는 게 나을듯하여 내발로 들어갔습니다. 방에 들어가는 순간 아버지도 매우 속상했는지 시선을 회피하고 회초리 두개는 이미 꺽여저 있었고, 나를 힐끔 보더니 어머니에게 "몸이 얼었을 텐데 빨리 애 재워!" 그날 밤 잠이 안 왔습니다. 맞았다는 아픔보다 때리는 아버지의 눈에서 생전 처음 눈물을 보았기 때문입니다. 그 정체가 매우 궁금했습니다. 나중에 안 사실이지만, 막내인 저에게만은 절대 매를 들지 않겠다고 어머니에게 말하셨는데, 그 약속을 깼다는 것입니다. 그 당시 저의 나이는 8살..
이렇게 세월은 계속 흘러 서른 살 갓 넘어 결혼하고, 귀여운 딸 둘을 낳았습니다. 이 아이들이 얼마나 귀엽고 이뻣든지 애들 보는 낙으로 살았습니다. 그런데 큰애의 성격이 둘째와는 다르게 좀 반항적이고, 자기주장이 강한 모습에 늘 걱정했는데, 사춘기에 접어들면서, 말대꾸부터 시작해 반항 끼는 점점 더 심해지더군요. 한 번은 제가 쉬는 날, 학교에서 가산점 얻으려면 지정해준 곳에 가서 봉사활동해야 하니, 아침 8시까지 깨워달라는 것입니다. 알았다 하고 아침 정각 8시에 깨우는데, 이 녀석이 밤새도록 스마트폰을 가지고 놀았는지 흔들어 깨워도 숨만 쉬지 일어날 생각을 안 합니다.
거의 5분 간격으로 계속해서 1시간을 깨우는데 들은 척도 안 해, 저는 분노할 대로 분노하여 딸아이 스마트폰을 밖으로 던져버린다고 했더니, 딸아이가 그 말에 눈을 번쩍 뜨면서 안 된다고 소리를 지르더군요. "너 이 녀석 이리나와 종아리 걷어, 빨리 걷어, 너 이 녀석 말 안 들으면 5대 때릴 거 10대로 올라간다 빨리 걷어!" 대나무 등글개를 거꾸로 잡고 세게 후려치자, 애가 놀라서 얼마나 큰소리로 비명을 지르던지, 때리는 내가 더 당황스러워 재빨리 5대를 채워야겠다고 생각해 빠른 속도로 매질을 하였습니다. 사실 잘못했다고 먼저 용서를 빌면 때릴 마음은 전혀 없었습니다. 근데 용서를 구하기보다 살며시 종아리를 걷는 모습에 더 열 받았던 것입니다. 결국 강제로 잘못했다는 자백을 받아냈지만, 진심이 아닌 우격다짐에 의한 자백이라 기분이 썩 좋지는 않았습니다.
아이가 나가는 모습에 종아리를 힐끗 보니 대나무 등글개 자국이 얼마나 선명한지 눈물이 울컥 나오더군요. 그 순간 8살 때 아버지가 나를 회초리로 때리면서 흘리던 눈물이 생각나, 아버지 생각에 또 얼마나 눈물이 나오던지..때리고 싶지 않은 매질을 억지로 하려던 아버지의 마음과 그 증거인 눈물.. 그 광경은, 지금 내가 딸아이에게 했던 장면이 시간과 장소만 달랐을 뿐, 몇십 년 전 나를 때렸던 그 무서운 아버지의 입장이 되어 있더란 것입니다. 그때 흘리신 아버지의 눈물이 얼마나 입체적으로 이해가 되는지,, 그 당시 아버지의 입장을 생각하니 또다시 눈물이 마구 쏟아지더군요.
그날 밤 딸아이를 안아주면서 아빠가 미안했다고 토닥거려주고 재웠습니다. 그러나 머릿속을 떠나지 않는 한마디의 말.. 나를 혼낼 때 아버지의 한마디.."조카에게 가서 잘못했다고 하면 혼내지 않을게.." 그리고 내가 딸아이에게 했던 한마디의 말..."잘못했다고 하면 용서할 테니 빨리 용서를 구하라는 그 말 한마디.." 용서를 구하라고 할 때, 아버지인 저는 정말 딸아이를 때리고 싶지 않았습니다. 혼내기 전에 잘못했다는 말 한마디면 백번 용서하고도 남았을 일입니다. 정상적인 사고를 하는 부모라면 어느 누가 자식을 혼내고 싶겠습니까.
피조물인 우리의 자식사랑도 이러할진대, 우리를 지으신 주님의 마음은 어떻겠습니까? 우리가 죄를 지을 때마다 매우 괴로워하실 겁니다. 주님도 역시 부모가 자식을 대하는 마음처럼 우리를 혼내고싶지 않을 겁니다. 우리가 육체의 장막을 벗을 때까지 참고 또 참고 참으면서, 너의 죄를 회개하라고 하시는 것입니다. 회개하면 용서해 주겠다는 뜻입니다. 나는 너무 사랑하는 너희들에게 벌주기 싫다는 주님의 간절한 마음이 여기에 있습니다. 기회를 줬는데 끝내 죄를 회개하지 않아, 정성스래 창조한 사랑하는 자식을 지옥으로 보내야 하는 주님의 심정을 헤아려본 적 있습니까? 여러분이 낳은 자식을 혼내는 것 조차도 힘들어하는 부모가, 여러분의 사랑하는 자식을 지옥으로 보낸다고 상상해 보십시오! 이게 말이나 되는 소리입니까? 우리들의 입장만 입장입니까? 주님의 입장을 생각해본 적 있습니까? 여러분이 자식을 끔찍이 사랑하는 입장에서 주님의 입장을 생각하라는 것입니다.
우리의 자식이 죄짓길 바라지 않듯, 그러나 죄를 지었으면 용서 구하기를 간절히 바라듯,, 주님도 마찬가지입니다. 지은 죄에 대하여 간절히 회개만 하면, 언제라도 죄를 기억하지 않겠다고 하십니다. 물론 회개는 절대 내 스스로 할 수 있는 게 아닙니다. 주님께서 친히 회개의 영을 부어주셔야 진정한 회개가 터집니다. 내게 죄가 있다면 먼저 회개의 영을 부어달라고 간절히 주님 앞에 나가십시오. 간절히 구하고 찾으면 주님은 우리를 만나주시겠다고 약속하셨습니다. 말씀대로 이루어집니다. 우리의 자식들이 잘못하여 속이 상한다면, 그 마음을 주님께로 향하여, 우리에 대한 주님의 마음을 헤아리시길 권면합니다. 예수님께서 죄인들이자 사랑하는 자식들인 우리를 향해, 피를 토하듯 애절한 마음으로 외치신 말씀을 전하고 끝내겠습니다.
"회개하라 천국이 가까이 왔느니라" (마태복음 4장 17절)
이 말씀이 사랑하는 자식을 지옥에 보내고 싶지 않은, 우리를 향한 주님의 애타는 마음의 표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