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테고리 없음

[스크랩] [스크랩] "왜 이 좋은 교회를 불태우셨습니까"

삭개오2 2016. 7. 24. 04:32

 "왜 이 좋은 교회를 불태우셨습니까"

권오서 목사 "보이는 교회를 복구한다기 보다 보이지 않는 교회를 복구한다는 마음 가질 터"



 
▲ 춘천중앙교회가 18일 발생한 화재로 본당예배실이 전소됐다

화재가 난지 하루가 지난 19일 오후 6시 춘천중앙교회(권오서 목사)에 도착했을 때 매케한 연기냄새가 강하게 맡아졌다. 건물 상층부 창문이 그을린 채 모두 깨어져 있었고 창문 사이로 시커멓게 그을린 철골과 하늘이 보였다. 동네 주민으로 보이는 한 운전자가 주차장에서 차문을 연채 “허어~”하고 교회쪽으로 탄식을 내 뱉었다.


전날 다수의 매체에서 화염이 건물 위 십 여 미터 까지 솟는 장면을 보여준 터라 그 정도면 아무것도 남아있지 않을 것이라고 예상했지만 건물 외관이나 주변이 비교적 온전해 겉에서만 보아서는 큰 화재가 났던 교회라고 생각되지 않을 정도였다.


나중에 알게 됐지만 교회 외벽이 튼튼하고 마감재로 불에 구운 타일을 사용하여 붕괴에 까지 이르진 않았다고 한다. 내벽도 방화역할을 하도록 설계되어 있어서 더 큰 피해를 막긴 했지만 2001년 봉헌 당시의 소방법에 스프링클러 설치가 의무사항이 아니었던 것이 뒤늦은 후회로 남았다.


일반인의 출입을 막기 위해 춘천소방서에서 쳐놓은 소방통제선 뒤로 장갑과 마스크를 낀 교회 청년들과 남자 성도들이 분주하게 오갔다. 교회내부에서 물에 젖거나 그을음이 내려앉은 집기들을 꺼내 옆의 교육관 건물로 옮기는 일을 하고 있었다. 여선교회 회원들로 보이는 여성도들도 손을 보태거나 음료수와 간식을 제공하며 돕고 있었다.


1층 입구에 ‘본당 예배실은 전소되었습니다’라는 안내 문구가 있었다. 화재는 3층 예배실을 전소시켰지만 덕수홀과 1층, 지층은 화재피해를 당하지 않았다. 다만 소방수로 인해 침수피해가 있었고 구조물이 약해져 추락물에 의한 2차 피해가 우려되니 절대 들어가서는 안된다고 이 안내문이 알리고 있었다. 교회의 관리부장은 청년들에게 연신 “조심해, 얼른 나와. 붕괴위험이 있어”라며 조바심을 냈다.

 

  
▲ 춘천중앙교회의 담임인 권오서 목사가 후배 목회자들의 방문을 받고 있다. 이날 30여명의 목회자들이 찾아와 위로의말과 성금을 전달했다고 한다. 그는 "왜 이 좋은 교회를 불태우셨을까"에 대한 답을 찾고 있다.

 

마침 위로차 교회를 방문한 동료 목회자들을 배웅하는 권오서 담임목사를 만났다. 권오서 목사는 화재가 났을 때 교회에 없었다. 권오서 목사는 필리핀의 한 봉헌식에 참석하기 위해 주일 저녁에 출국했다가 화재소식을 듣고 하루 만에 모든 일정을 취소하고 급하게 표를 구해 화재 다음날인 오늘(19일. 화) 새벽에야 입국했다.


교회에 큰 어려움이 닥쳤을 때 교회에 있지 못했다는 자책감에서였을까 임시 목양실에서 권오서 목사는 기자에게 필리핀 봉헌식에 대해 설명하다가 오열을 터트렸다. 피하고 피해서 잡은 일정이었다는데 하필 그 날 교회에 너무 큰 사고가 난 것이다. 이해도 안되고 설명도 안되는 참사였다.


거의 아무 대화도 나누지 못하고 사진을 찍기 위해 교회 관리부장(허봉 장로)의 안내를 받아 전소가 된 3층 예배실로 올라갔다. 교회에 들어서기 전에 유독가스가 있다며 방염마스크를 건네준다.


1층 로비와 3층으로 올라가는 계단에는 아직 마르지 않은 소방수와 그을음에 엉긴 숱한 발자국이 어지럽게 남겨져 교인들의 황망함이 어땠는지 짐작하게 했다. 깨끗했던 1층 천정과 달리 3층 예배실로 가까워질수록 그을음과 냄새가 심해갔다.

 

  
▲ 화재규모에 비해 외벽은 상대적으로 온전한 모습이다.

 

3층 예배실로 들어서자 폭격을 맞은 듯한 처참한 광경이 눈에 들어왔다. 차마 출입문을 들어서지 못하고 돌아서서 마음을 진정 시켜야 했다. 하나님을 예배하겠다고 이 예배당을 지으며 교인들이 얼마나 많은 헌신을 했을 터인데 이런 일을 당하나 싶어 방금 전의 담임목사처럼 오열이 터졌다.


푹신했을 극장용 개인 의자가 고스란히 뼈대만 남아 간격을 맞춰 늘어서 있었고 제단 쪽엔 전광판이 역시 뼈대만 걸려 있었다. 주로 강대상을 꾸미느라 보강재로 썼을 것으로 보이는 철빔들이 의자쪽으로 엎어져 있었으며 그 위로 조명을 달았거나 보수용 통로로 보이는 횡대 철골이 구부러진 채 천정에 매달았던 음향시설과 함께 천정에서 바닥까지 대롱였고 일부는 바닥에 떨어져 어지럽게 널려 있었다. 바닥에는 온통 시커먼 재가 켜켜이 쌓여 발을 옮길 때마다 그을음을 날렸다.


천정은 뻥 뚫려서 하늘이 보였다. 그 덕에 정전된 건물내부에 빛이 들어오긴 했지만 온통 검게 그을린 예배실을 더 음산하게 보이게 했다. 천정에는 화마를 견딘 육중한 5개의 빔이 칠이 벗겨진 채 그나마 건물을 지탱하고 있었는데 거기에 상대적으로 약했을 철제 뼈대들이 위태롭게 매달려 있었다.


구리로 덮여 있던 지붕이 화마에 녹아내리다 예배실 상층에 걸려 바닥으로 아무렇게나 널 부러져 있었다. 화재 당시 내부의 열이 고여 있다가 임계점을 넘기며 천정이 폭발했다고 한다. 그 바람에 공기가 유입되며 십 수 미터의 불길이 하늘로 솟았던 것으로 보인다. 구리지붕은 공들여 짓는 건물에나 사용하는 마감재 아닌가. IMF로 힘들었던 1998년에 시작해 2001년 완공하기까지 동부연회에서는 물론 한국 감리교회에서 내로라 할 정도로 아름답게 지었던 교회 아니었던가. 118년 교회역사에서 이렇게 큰 시련이 있었던가.


본당 예배실과 같은 층에 있으면서도 교회 사무실과 3층로비는 피해가 상대적으로 크지 않았다. 방화벽과 방화문 때문이었다. 불길이 들어오지는 않았고 천정과 벽면 상층부가 심하게 그을린 정도였다. 방화문 하나를 더 지나서 있는 담임목사 사무실(목양실)은 피해가 더 덜했다. 방화시설의 중요성이 실감나는 대목이다. 같은 층이라도 방화문이 아닌(혹은 문이 열려있던) 한 조그만 사무실은 전소됐다.

 

  
 
  
 

교회 관리부장인 허봉 장로의 설명에 의하면, 18일(월) 오후 5시 26분 57초에 화재경보가 울렸다. 교회의 보일러설비기사와 전기기사가 소화기를 들고 4층의 방송실로 갔을 때 천정쪽에서 연기가 새어 나오고 짙은 그을음이 있어서 소화기를 쏘아 소진한 뒤 교회내 설치된 소화전을 연결하여 발사했다.


동시에 119에 화재신고가 들어갔고 매우 빠른 시간에 소방차가 도착했다. 소방관들은 산소마스크가 없는 이들 2명의 직원과 사무실에 있던 목회자들과 직원들 10명을 대피시켰다. 불을 끄려던 2명의 직원은 이 때 연기를 들이마셔서 병원에 후송됐고 심각한 것은 아니지만 상태를 지켜봐야 한다는 의사소견을 받았다.


4명이 1개조가 되어 3개조의 소방관들이 계단을 오르내렸지만 화재시작 1시간 30분정도 후부터 물을 뿌리기 시작했다고 한다. 천정과 지붕사이에서 다량의 연기가 새나옴에도 발화점을 찾지 못했기 때문이다.


문제는 소방관들이 적극적인 진화에 나서지 않았다고 교인들이 느끼는데 있다. 당시 허봉장로가 소방관들에게 이곳저곳에 뿌려달라고 호소했고 동네 주민들조차 “왜 이렇게 불을 못 끄느냐, 빨리 들어가서 꺼야 하는 것 아니냐"고 재촉했음에도 그랬다고 한다.


소방관들은 물을 초기에 뿌리지 않은 이유로 ‘소방규정’을 들었다고 한다. 인근의 양구, 인제 등지에서까지 소방차 35대와 소방대원 200명 이상이 동원되고, 사다리차와 소방헬기까지 동원됐지만 결과는 ‘예배당 전소’인데 그 ‘규정’이 무엇인지 납득이 가지 않는다. 소방차에 물이 없어 허둥대는 모습도 보였다고 한다.


강원도 소방본부 관계자는 같은 의문을 제기한 연합뉴스에 “건물 4층 방송실 천장 안쪽에서 시작된 불로 연기가 뒤덮여 무작정 물을 뿌려도 소용이 없었다” 라고 답변했다고 해당 언론사가 보도했다. 천장 구조물이 떨어지면서 붕괴 우려가 커 소방대원 안전도 고려하지 않을 수 없었다는 소방당국의 설명을 덧붙였다.


불은 화재발생 3시간 만인 오후 8시 30분경 완전히 진압됐다. 그렇지만 허봉 장로는 “대처가 늦었다고 본다. 초기진화만 됐으면 이렇게 커졌을 불이 아니었다”고 안타까움을 감추지 못했다.


국과수, 화재감식반, 경찰, 소방서 등에서 이날 화재원인을 찾으려 했지만 단서를 찾을 수 없을 정도로 화재가 커 감식에 실패했다고 한다. 일각에 알려진 4층의 방송실에서 누전으로 시작됐다는 소문은 사실이 아니라고 한다. 현재의 화재원인은 ‘모름’이다. 화재감식은 계속 되고 있다.


기자가 “혹시 방화의 가능성이 있냐”고 묻자 허봉 장로는 “본당 출입이 엄격히 통제되기 때문에 그럴 가능성은 없다”고 못 박았다. 여러 정황으로 보아 누전의 가능성이 높지만 아무것도 단정할 수 없는 게 현 상황이다.

 

  
▲ 허봉 장로(관리부장)가 화재에 대해 설명해주었다. 언론사에서 여러 추측성 보도를 하고 있어 허 장로가 대외 창구역할을 한다고 한다.

 

재산상의 피해액은 현재 파악이 안되고 있다. 경찰측은 1억8천만원으로 피해규모를 추산했지만 턱도 없어 보인다. 리모델링으로 끝낼 수 있을지, 아니면 전면 재건축을 해야할지 아직 판단이 안선 상태여서 피해규모를 가늠한다는게 의미없어 보이기 때문이다. 교회측은 교회를 설계했던 설계사 사무소와 전문가 등과 안전진단을 한 뒤에 향 후 대책을 세운다는 방침을 정하고 있다.


화재보험에 가입되어 있지만 조사결과가 나와야 보상 규모를 알 수 있다고 한다. 교회측은 사고수습에 한 달은 걸릴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코앞에 닥친 여름행사나 각종 예배의 대책 등도 아직 정한 게 없다. 아직은 모든 면에서 너무 경황이 없는 상태로 보인다.


허봉 장로는 음료수를 건네주려는 한 여선교회원에게 “내가 죄인이다.”며 고개를 떨궜다. 관리부장으로서의 교회관리를 못해 책임을 통감한 것이다. 그러자 그 여선교회원은 “그런 소리말라. 힘내시라”고 위로했다.


118년 역사의 춘천중앙교회는 지난 1998년에 현재의 교회를 건축하기 시작하여 2001년에 봉헌식을 가졌다. 당시 권오서 목사와 장로들은 국내는 물론 국외에 까지 가서 교회를 탐방하며 설계 단계부터 공을 들였다. 9개의 설계회사로부터 공모를 받았고 최고 가격을 제시한 건축회사에게 건축을 맡겼다. IMF 와중에 최고의 교회를 봉헌했다는 교인들의 자부심이 대단했었다.


권오서 목사는 “왜 이 좋은 교회를 불태우셨을까”고 스스로 하나님께 물으며 비통해 했다. 교회를 빨리 복구하는게 중요한게 아니었다. 교회 창립 120주년, 개인적으로는 은퇴 3년을 앞두고 커다란 시련을 주시는 이유에 대해 먼저 답을 찾아야 했다.


권오서 목사는 “보이는 교회를 복구한다기 보다 보이지 않는 교회를 복구한다는 마음을 가져야 할 것 같다”고 조심스럽게 방향을 제시했다. 그리고 “위기에 빠진 한국교회가 그리스도의 몸을 더 든든히 세워가는 계기가 되었으면 한다”는 바램을 앞서 물었던 물음에서 받은 응답처럼 덧 붙였다.

 

  
 
  
  
▲ 교회 청년들과 성도들이 수습에 나섰다.
  
▲ 1층은 피해가 적었다. 다만 천정이 소방수를 잔뜩 머금고 있어서 붕괴의 위험과 낙하물에 의한 2차피해가 우려됐다.
  
 

 

  
▲ 계단을 통해 3층에 다다랐을 때 천정의 일부만 검게 그을린 모습이었다
  
▲ 3층 로비도 상대적으로 온전해 보인다.
  
 
  
  
  
 
  
 
  
  
  
 

 

  
▲ 본당과 문하나로 연결된 사무실은 상대적으로 피해가 적다. 방화벽과 문 때문인 것으로 추축된다.
  
▲ 한간 더 건너에 있는 담임목사 사무실. 천정이 그을렀고 온통 그을음이 내려 앉았지만 화재피해는 거의 없었다.
  
▲ 어두워지자 본당 출입구를 잠그고 있다






출처 : 이 시대를 향한 외침
글쓴이 : 삭개오2 원글보기
메모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