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tp://www.yonhapnews.co.kr/bulletin/2016/06/26/0200000000AKR20160626056900009.HTML?input=1179m 코셔 시장 전세계서 293조원 규모…복잡한 인증 절차에 완화 움직임도 (예루살렘=연합뉴스) 김선형 특파원 = 이스라엘 예루살렘에서는 음식점마다 계산대나 현관에 A4용지 한 장 크기의 인증서가 붙어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다름 아닌 '코셔'(Kosher) 규율을 지킨다는 인증서다. 세계적으로 먹거리 안전에 대한 요구가 갈수록 높아지면서 유대인 식사법 코셔가 관심을 끌고 있다. ![]() 이스라엘 예루살렘 한 샐러드 바에 붙어 있는 코셔 인증서. 코셔 인증서는 인증기관마다 다른 노란색, 주황색, 초록색 등의 색깔 종이에 인쇄된다. 이 증서에는 허가를 내준 랍비 두 명의 날인과 소속, 음식재료 정보, 인증 기간이 히브리어로 빼곡히 적혀 있다. 코셔 식품은 까다로운 인증 절차를 거쳐야 하는 만큼 소비자들에게 고급 음식재료로도 인식된다. 유대교 국가인 이스라엘뿐 아니라 미국, 영국 등 2천500억 달러(약 293조 2천500억 원) 규모의 시장이 형성됐다. 2014년 기준으로 미국 식음료 41%가 코셔인증을 받았다. 코카콜라, 네슬레, 스타벅스 등도 코셔 인증을 받은 다국적 기업이다. 우리나라도 전북 익산 국가 식품클러스터에 이슬람교 식사법인 '할랄'(Halal) 단지가 들어선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이와 유사한 코셔 식품 문의도 증가하는 추세다. 농림축산식품부는 지난 4월 '코셔 식품 시장 진출 안내서'를 제작해 배포했다. ◇ 구약성서에서 유래한 '코셔' 이스라엘 랍비청 지브 마오르 대변인은 "흔히 코셔를 채식이나 건강식으로 생각하는데 이는 오해"라고 말했다. 그는 "코셔 자체가 유대주의에 치중해 배타적이란 지적을 받기도 한다"며 "중국이 고양이나 원숭이를 먹듯이, 문화 차이로 볼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코셔란 '적당하다' 혹은 '합당하다'라는 뜻의 히브리어 '카쉬롯'(Kashrut)의 영어식 표현이다. 역사적으로 '염소 새끼를 제 어미 젖으로 삶지 말라'는 구약성서 신명기 구절에서 유래한다. 그는 "유대인은 약 3천 년 동안 먹을 수 있는 음식과 그 조리 방식을 계승했다"며 "특히 육류 섭취를 세세하게 규정한다"고 강조했다. 코셔 규칙에 따르면 되새김질하고 발굽이 갈라진 동물만 먹을 수 있다. 소와 양, 염소, 사슴이 이에 해당한다. 돼지는 발굽이 갈라졌으나 되새김질을 하지 않아 돼지고기는 먹지 않는다. 고기의 피는 충분히 빼내야 하며, 유제품과 육류는 동시에 섭취하면 안 된다. ![]() '코셔' 간판 내건 예루살렘의 맥도날드. ◇ 값비싼 랍비 인증 제도…완화 움직임도 코셔의 핵심은 유대교 랍비의 인증이다. 개별 랍비의 판단으로 코셔 인증 여부가 결정되기 때문에 인증을 받으려는 식품 업체는 랍비의 영향력과 인증 검사에 민감할 수밖에 없다. 전 세계 정식 코셔 인증기관은 약 1천여 개다. 코셔 식품을 인증할 수 있는 랍비는 이스라엘에만 4천700여 명이나 된다. 이 가운데 1천100명은 예루살렘 랍비 위원회에 소속됐다. 인증 비용도 만만치 않다. 일반적으로 기본 인증 비용은 약 2천∼5천 달러(약 234만∼586만 원)이며 정기 인증 비용이 추가로 든다. 이스라엘 랍비청에 따르면 엄격한 절차 때문에 코셔 인증을 받은 업체는 세계 시장에도 쉽게 진출하는 편이다. 복잡한 절차를 무시하고 무단으로 인증을 달아 소송이 걸리는 경우도 종종 발생한다. 이러한 현실에 이스라엘에서는 코셔 인증 완화 움직임도 펼쳐지고 있다. 예루살렘 시의원이자 랍비인 아론 레보비츠(45) 씨는 "유대인들 사이에서도 '적당하다'란 의미의 코셔 적정선 해석을 두고 논란"이라며 랍비청이 운영하는 복잡하고 값비싼 인증 과정을 비판했다. 2011년부터 동료와 사설 코셔 인증기관을 운영 중인 그는 예루살렘과 텔아비브 식당 26곳에 완화한 검증 방식으로 비유대인에게도 코셔 허가를 내줬다. ![]() 코셔 설명하는 아론 레보비츠 예루살렘 시의원. ◇ 무슬림 식사법 '할랄'과의 차이점·공통점은 유대교 코셔는 이슬람교에서 '허용된 것'을 의미하는 할랄과 비슷하면서도 다른 측면도 있다. 이스라엘 랍비청은 일반적으로 무슬림은 코셔 식품 대부분을 먹을 수 있다며 유럽지역 식당에서 코셔 음식을 주문하는 무슬림의 일화를 전했다. 미국의 한 코셔 식품 소비자 조사에서는 응답자 16%가 할랄 식품 대신 코셔 식품을 선택한 것으로 나타났다. 무슬림 역시 코셔의 잠재적 소비자란 뜻이다. 코셔와 할랄은 유대교와 이슬람 율법이 허용 음식을 정하고 식품 가공 과정을 엄격하게 규정·인증하는 공통점이 있다. 또 도축은 해당 종교인이 해야 하며, 최대한 빠르게 도살해 동물의 고통을 줄여줘야 한다. 그러나 코셔는 할랄과 달리 음식을 담는 그릇, 냄비, 숟가락 등 식기류를 제재하며, 비늘이나 지느러미가 없는 어류를 금지한다. 할랄은 알코올 성분이 섞인 음식을 금지한다는 점에서 코셔와 차이를 두고 있다. 우리나라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전 세계 할랄 식품 소비 인구는 약 20억 명이며, 시장 규모는 1조 달러(약 1천173조 원)로 추정된다. sunhyung@yna.co.kr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2016/06/27 10:00 송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