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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도 교사도 없는 학교..베네수엘라 교육 파행에 앞날 더 깜깜
극심한 식량난에 학생들 잦은 결석…교사들도 식량 배급 줄 서느라 결근
(카라카스 AP=연합뉴스) "덫에 갇힌 기분이에요. 목숨을 걸고 학교에 오지만 결국 몇 시간 동안 아무것도 하지 않다가 집에 돌아가죠. 그래도 학교가 저에게는 유일한 탈출구라 계속 올 수밖에 없어요."
베네수엘라 수도 카라카스에 사는 고등학생 마리아 아리아스(14)는 택시조차 마다하는 좁고 위험천만한 길을 따라 학교에 간다.
마리아는 등굣길에 강도와 약탈, 폭행을 여러 차례 목격했다. 하루는 버스에 탄 강도가 그의 옆에 앉은 한 여성의 목에 총을 들이대며 결혼반지를 훔쳐가기도 했다.
![텅 빈 베네수엘라 학교 [AP=연합뉴스]](http://t1.daumcdn.net/news/201606/17/yonhap/20160617173351350ftuh.jpg)
![텅 빈 베네수엘라 학교 [AP=연합뉴스]](http://t1.daumcdn.net/news/201606/17/yonhap/20160617173351431cnzl.jpg)
![텅 빈 베네수엘라 학교 [AP=연합뉴스]](http://t1.daumcdn.net/news/201606/17/yonhap/20160617173351523lkav.jpg)
회계사가 꿈인 마리아는 오늘은 교사가 한 명이라도 나와 있길 바라며 학교에 들어섰지만 바람과 달리 오전 7시 미술 수업은 교사가 아프다는 이유로 취소됐다. 몇 주 전 코치가 살해당한 체육수업은 아예 없어졌다. 오후 국어 교사는 숙제만 걷고 아이들을 통행금지 시간에 맞춰 돌려보냈다.
15세 이하 인구가 전체의 3분의 1이 넘는 '젊은' 나라인 베네수엘라는 한때 남미 국가 가운데 가장 공교육이 우수하다는 평가를 받는 나라였다.
그러나 최근 몇 년새 유가 폭락 등으로 인한 최악의 경제난 속에 교육 역시 깊은 수렁에 빠졌다.
학교 교육의 붕괴는 마리아와 같은 가난한 학생들이 교육을 통해 더 나은 삶을 꿈꿀 기회조차 박탈하고 있다.
베네수엘라 학생들의 중퇴율이 2배로 치솟았고, 학교 밖 청소년이 10대의 4분의 1을 넘어섰다.
그나마 학교에 남아있는 학생들도 먹을 것이 없고, 씻을 물이 없어서 학교에 잘 나오지 못한다. 한 연구소 통계에 따르면 올해 베네수엘라 어린이의 4분의 1이 배가 고파 학교에 가지 못했다.
마리아의 학교도 학교에서 배고파 정신을 잃는 학생들이 늘어나면서, 학부모들에게 먹을 것이 없으면 아이들을 집에서 보살피라고 권고하기도 했다.
교사들도 학교에 없기는 마찬가지다.
베네수엘라 교사연합에 따르면 교사의 40%가 식품 배급을 받기 위해 줄을 서느라 수업을 빼먹는다. 젊은층이 베네수엘라를 떠나면서 전반적으로 교사도 부족해졌다.
교사와 학생들이 나와도 모든 것이 부족해 수업은 제대로 진행되지 못한다.
학교 식당엔 음식은커녕 요리할 가스도 없어 늘 문이 닫혀있고, 실험재료가 없어서 화학 실험도 하지 못한다.
최근 경제난 속에 부쩍 늘어난 범죄 역시 학교 생활을 위협한다.
학교에 강도들이 닥치면 아이들은 귀중품을 가진 친구들을 대신 가리키며 관심을 돌린다. 학생들이 강도로 돌변해 친구의 휴대전화 등을 빼앗기도 한다.
학부모단체의 대변인인 아델바 타핀은 "이 나라는 현재 아이들을 포기하고 있다"며 "이 상태로 끝까지 간다면 다시 정상으로 되돌릴 방법은 없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vivid@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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