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상 속 남자는 정신을 잃은 채였다. 바닥에 쓰러진 그의 몸은 도무지 성한 데라고는 찾아볼 수 없을 것 같았다. 엠뷸런스가 사건 현장을 오가는 가운데 주변에 서 있던 군인 중 하나가 총을 장전했다. 그리고 망설임 없이, 쓰러진 남자를 향해 발사했다. 죽은 남자의 이름은 압델 파타 알샤리프. 지난 3월 이스라엘 사회에 논란의 소용돌이를 불러들인 사건의 시작이었다.
알샤리프는 이른바 ‘3차 인티파다’로 불리는 외로운 늑대형 테러 사건의 용의자였다. 이스라엘인들을 겨냥해 무기소지 자체가 불법인 팔레스타인 청년들이 가정에서 식칼 등을 들고 나와 단독 테러를 벌였다. 당시 이스라엘군 엘로르 아카리아 하사는 이미 진압당한 알샤리프를 잔인하게 총으로 쏴 살해했다. 인권단체 비첼렘(B'Tselem)이 영상을 공개하며 알려진 이 사건은 서구 언론에서 큰 주목을 받지는 못했으나 이스라엘 정계에서 큰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모세 얄론 국방장관은 사건이 알려진 뒤 아자리아 하사가 “이스라엘 군의 가치를 배반했다”면서 강하게 비난했다. 군이 사건 조사나 아무 절차 없이 민간인을 학살한 행위는 어떻게든 정당화될 수 없다는 이유였다. 하지만 사건이 알려진 2개월여가 흐른 지난 20일(현지시간) 얄론 장관은 사임했다. 벤야민 네타냐후 총리가 공개적으로 얄론 장관의 후임을 구하는 등 망신을 준 뒤 이어진 일이었다.
미국 정치외교 전문매체 포린폴리시는 후임 아비그도어 리버만은 소련 출신 극우파일뿐더러 군에 아무 연결고리도 없는 것으로 평가된다고 전했다. 각종 이슈에서 지금까지 극우적인 주장을 내세우는 등 예측이 불가능한 인물이다. 작금의 3차 인티파다 사태에서도 ‘선사살 후보고’를 외치며 극단적 발언을 일삼았다. 이집트 아스완 댐을 폭파하겠다고 발언하는가 하면 2014년 이스라엘 군인 2명이 가자지구에서 사망한 사건에 대한 복수로 하마스 지도자 이스마일 하니예를 암살해야 한다고도 말한 바 있다.
그의 언행은 전임인 얄론 전 장관 등 기존 인사가 팔레스타인들의 동시 다발적 테러 국면에서도 생명의 위협을 느낄 시에만 용의자 사살을 허가했던 것과 대조된다. 테러를 저지르는 이들이 사회적 약자임을 고려한 판단이었다. 그러나 팔레스타인인들의 테러에 흥분한 이스라엘 여론은 극단적으로만 흐르고 있다. 한 보수인사는 최근 이스라엘 사회의 조류가 “마치 70~80년 전 독일 사회를 보는 것 같다”며 우려를 나타냈다. 이스라엘 민족에게 홀로코스트를 저질렀던 독일 나치의 대두를 연상시킨다는 뜻이다.
네타냐후 총리가 극우 인사를 자리에 앉힌 데는 정권이 취약한 이유가 크다. 기반이 약한 연정이 무너질까봐 여론에 따라 강경노선을 택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일단 지지기반이 무너지면 이스라엘 정치제도 상 언제든 불신임 투표에 직면할 수 있다. 테러 국면에서 자신의 ‘안보전문가’ 이미지가 무너질까봐 하는 걱정도 작용했다.
이스라엘 내에서도 지나치게 극단적인 인사와 더불어 이스라엘 사회 여론이 우향우 하고 있는 데 대해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에후드 바락 전 총리는 현 정부가 파시스트적인 성향을 보이고 있다며 비판하기도 했다. http://news.kmib.co.kr/article/view.asp?arcid=0010651341&code=61131111&cp=du |